
(2020년 08월 13일 8시 30분 수업)
오늘 무에타이 1일차
덩치가 건장한 관장님의 섬세한 상담
프론트 뒤 벽에 붙어있는 각종 인증서 사이에
사업자 등록증인가
거기 관장님 나이가 적혀있는데 72년생
세상에
체육관만 19년 운동은 거의 평생
절대 72년생으로 안 보였다
온화한 인상에 와 덩치가 그냥 큰게 아니라 온몸이 근육이다
내 몸에 단 1g도 존재하지 않는 근육
사람 근육이 저렇게 생긴거로군
티비에서 보여주는 복근 뽐내기 수준이 아니다
헬스 트레이너분들의 울그락 불그락한 그런 근육도 아니다
암튼 나는 근육도 없고 운동신경도 없는데...
“최근에 운동하신 것 있으세요?”
“근 10년간 전혀요. 달리기는 가끔 했어요.”
“이 운동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게 있으신가요?”
“하도 맥아리가 없어서 이것 좀 고치고 싶어서요”
사실 마음속에선 다른 대답을 했다.
최근에 나는 스트레스를 푸는 나만의 방법을 여태 몰랐다는 것을 자각하고
터질 것 같은 이 답답한 심장을 어딘가에 다 토해내고 쏟아내고 싶었다.
전날 친구와 통화를 하면서 이런저런 운동을 고민중이라고 했다.
사실 운동 자체를 할까 말까부터 고민하느라 몇달,
이젠 무슨 운동을 할까 고민하느라 또 몇달이 지났을 때였다.
“테니스를 할까? 회사 근처에 테니스장 있어서 항상 배우고 싶었어. 아, 집중력에 좋을 것 같아서 사격이나 양궁도 관심있고. 그리고 몇일전에 내가 운동 고민중이라고 했더니 친구가 복싱 어떠냐더라. 그 이시영이라고 연예인. 그 사람 복싱선수 되기 전에 훈련한 체육관이 한 3-40분 거리에 있더라구. 우리 아버지가 또 아마추어 복싱선수였잖아. 근데 남동생이 수영 진짜 재밌다고 적극 추천하는거 아니겠냐, 수영장도 가까운데 뭐하지 진짜... 나 운동 하긴 해야 되는데...”
“방금 말한 운동 다 좋지. 난 탁구 4년째잖아. 그냥 일단 시작해본거야. 안맞았으면 관뒀거나 다른 거 했겠지. 일단 해봐야 아는거잖아. 하면 잘 할거면서 넌 항상 생각이 너무 많아, 내일 뭐가 되었든 일단 등록하고 꼭 인증사진 찍어서 보내”
전화를 끊고 왠지 미션이 떨어진것 같아서 어떤 운동을 해볼까 또 곰곰히 생각을 했다.
이번엔 진짜 등록해야만 할 것 같아서 한 생각.
아닌게 아니라 등록할 때 친구의 말이 크게 작용했다.
여러 운동 중 내 가슴이 가장 뛰었던 복싱을 검색해봤다.
집근처 가장 가까운곳으로 지도에 나오는 곳으로 향했다.
상담을 받으면서 조금 고민하는 중에 체육관 문을 열고 들어오는 한 여자 수강생.
예쁜 꽃무늬 원피스를입은 그녀는 체육관에 맨발을 딛자 마자 표정이 변했다.
“이거 재밌나보다”
그때 이도저도 결정을 못하고 또 바보같이 우물쭈물 하는데 관장님께서 아주 온화한 근육으로 아니 미소로
“생각해보시고 오셔도 되요, 어디서 어떤 운동을 하시든 운동은 꼭 하셨으면 좋겠어요.”
그 때 친구말이 떠올랐다.
“제가 친구랑 약속한 게 있어서요. 일단 삼개월만 등록할게요."
근데 문제는 내가 무에타이가 뭔지 모른다는 것.
어릴 때 코미디 프로에서 무에타이 선수 캐릭터 개그맨은 본 적이 있다.
“열라뽕따이” 라고 외치던 개그맨.
파퀴아오?라는 선수도 들어는 봤다. 정치한다고 뉴스에 나왔던 걸 본것도 같다.
이게 정확히 무슨 운동이냐 여쭤보니 기술이 많고 어렵다고 하시면서 수업영상을 보여주셨다.
(속으로)
“아... 이렇게 치고박고 하는... 아... 이걸 어쩌지....”
관장님이 내 마음을 읽으신 듯
“취미반들은 이정도까지는 안 가지만 이런 운동이에요”
“네, 뭐... 멋있는데 제가 할수 있을지...”
“운동 전에 하시는 고민들, 여기 등록 하신 순간 제가 떠 안는 거니까 생각 많이 하지 마시고 걱정마세요.”
와...
나보고 생각을 하지 말라니...
나야말로 정말 그러고 싶었는데 관장님의 저 한마디 덕분에 그럴 수 있을 것 같았다.
일단 체육복을 가지러 다시 집으로 갔다.
친구에게 인증사진을 보낸 후 칭찬을 받았고,
마음이 좀 들떴었는지 남동생과 또 다른 친구에게도 이 사실을 알렸다.
다들 웃음보가 터졌다.
아니 고르고 고르더니 생뚱맞다.
근데 재밌을것 같긴 같다.
네가 무에타이라니.
수영하라니까.
아 뭐 그래도 기초체력도 다지고 기왕 시작한거 꾸준히 해봐.
등등의 반응들
일단 그렇게 몇몇사람에게 이야기를 하면서 집으로 왔다.
일단 밥을 먹고 옷장에 체육복이 있나 뒤져보았다.
몇달 전 퇴사한 회사의 옆사무실 친구가 기념품으로 제작한 운동복을 준 게 있었다.
커보였는데 입어보니 꽉 끼었다.
빨리 체육관을 가야겠다.
그리고 다시 체육복 들쳐메고 체육관으로 갔다
어... 아니 성인만 받으신다고 했는데 내남동생보다 한참 어린 남자 수강생들이 있었다.
초등학생만 안받으시는 모양이다.
그리고 그 사이에 김용만 아저씨가 있었다.
낯선곳에서 지인을 만난 듯 반가웠지만 나는 정신이 없었다.
너무 낯설어서 아무말도 못하고 쭈뼛거리고 있었다.
나중에 친구한테 이야기해주니 프로그램 하느라 다이어트중이라고 기사를 봤단다.
꽤 날씬하시던데.
아무튼 스트레칭을 시작했다.
무에타이 선수처럼 보이는 카리스마 눈빛이 인상적인 여자코치님이 오셔서 플랭크 30초 하기를 알려주셨다.
그렇다.
난 3초만에 부들부들 대다가 꺅꺅대면서 무너졌다.
다음은 스트레칭.
이번엔 순두부같은 하얀 얼굴에 동그란 안경을 쓴 내 사촌 남동생같은 선생님이 스트레칭을 지도했다.
모두들 잘 따라하는데 나만 또 괴성을 지르며 다른 수강생분들과 정반대로 스트레칭을 했다.
달리기도 했다.
달리기만 잘했다.
물한잔을 마시고 순두부 선생님이 기본기를 알려주셨다.
그런데...
왜지.
알려주신대로 자세를 잡고 스텝을 밟았는데.
왜 고개를 갸우뚱 하시지.
음...
이렇게 저렇게 자세를 고쳐잡아주시고도 나는 자세가 안 나왔었나보다.
첫날인데도 상당히 심각한 순두부 아니 선생님의 표정.
허리가 아프다는 내 말에
아직 물리치료 교육은 제가 어려워서 준비를 못했다며 그래서 해드릴 수 있는게 없다고 멋쩍어 하셨다.
아 그런건 몰랐다. 마음은 고마웠다.
난 계속 허리가 아팠다.
엎드려 있기도 좋아하고 책상에도 오래 앉아있어서 허리가 최근에 많이 아팠다.
순두부 아니 선생님이 근육맨 아니 관장님을 호출하셨다.
이것 저것 시켜보셨다.
체력이 아주 안 좋다고 조금씩 해보자고 하시면서
2주동안은 스트레칭과 런닝의 강도도 약하게 해보자고 하신다.
거울앞에 서 있는데 나 혼자 청년들 틈에 왠 아줌마가 서있는 기분이었다.
자세도 어정쩡 웃기게 서있었고 조금만 움직여도 입으로 아재 소리를 냈다.
내일 이 수치를 또 견뎌야 하다니.
근데 이게 뭐지.
피가 조금씩 끓는다.
나 지금 하고 있는 일도 복잡하고 집에 안좋은 일도 있고 당장 먹고 살 걱정으로 매일 매일 한숨이었는데.
정말 신기하게도 아무 생각을 안했다.
집에 돌아와 개운하게 씻고 시원한 물을 마셨다.
와
나 오늘 떡먹는 용만이 아저씨도 봤는데.
이제야 생각이 나네
그리고 운동할 때 진짜 내 몸 외에는 아무 생각도 안했다니.
내가 앞으로 잘 할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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