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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차 - 포기를 고민하다 결단을 내렸다.

'3일천하'

 

 

삼일천하 – 다음 국어사전

아주 짧은 기간 동안 정권을 잡았다가 곧 물러나게 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dic.daum.net

 

운동을 포기하기로 했다.

 

수업이 없는 토요일.

 

어머니께서 아시는 분께 부탁해서 정말 아픈 침을 맞았다.

 

그 침술사분은 실력은 좋으시지만 몇년간 침 놓는 것을 거의 하고 있지 않다고 하셨다.

 

본인의 기운도 상당히 소모되기 때문에 건강에 무리가 되어 몸을 아끼느라 그러신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내 나이도 어머니 연세도 앞자리가 모두 바뀌었는데

 

그럴만도 하겠다 싶었다.

 

그 분은 골반을 맞춰주시는 것도 정말 아프게 하신다.

 

피부관리사로 있는 친구 말이,

 

어깨뭉침이나 결리는 부분을 주무를 때 그 곳이 아프다고 계속 자극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고 했다.

 

아프게 근육을 주무르고 풀어준다고 그게 효과적인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그런데 이 분만큼은 눈물이 펑펑 쏟아질 정도로 침을 놓는 과정이 아프지만

 

상당히 만족스러운 효과를 본 경험을 했었기에,

 

무에타이를 하기 위해서라면 나에겐 선택지가 없었다.

 

또 다시 그 분께 침을 맞으러 가겠다고 하니 어머니가 놀라셨다.

 

과거 20대때 어머니손에 억지로 이끌려 한번 다녀온 후로는 다시는 안간다며

 

울고 불고 원망했던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운동을 해보겠다고 그 아픈 침을 맞겠다고 하니 놀라실만 하다.

 

침을 맞고 어느정도 허리통증이 완화되었다.

 

심각한 허리 부상이 아니기에 바로 효과를 본 것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완벽하게 통증이 사라진 것도 아니고 당분간은 조심해야 한다고 하셨다.

 

이제 운동갈 수 있겠다고 했다.

 

어머니께서 걱정하셨다.

 

내가 최근에 난생처음 운동을 시작 했고, 상당히 흥미를 느꼈고, 좋은 건 고집부리는 걸 

 

가장 잘 아시는 분이기에 얼굴에 짙은 수심이 잔뜩 드리워지셨다.

 

"어차피 며칠 안했으니 그냥 그만한다고 관장님께 잘 말씀 드려"

 

"엄마 나는 왜 고민고민하다가 결정한 일이 이렇게 항상 잘 안풀리는거야? 그냥 하면 안돼?"

 

"그래서가 아니고 너가 아빠를 닮아 뼈가 약하고 지금 무리하다가 크게 다치기라도 하면, 그때는 진짜 고질병 되어서 침으로도 안되고 디스크 수술할지도 몰라. 걱정이 얼마나 되는지 아니?"

 

"살살 해보면 안돼? 관장님이 2주동안은 가볍게 알려주신다고 했어."

 

"에휴... 그럼 너무 무리하지는 마..."

 

내 나이쯤이면...

 

남들은 시집,장가 가서 부모가 되어도 되었을 나이에,

 

어디 직장에서도 왠만큼 경력, 능력 되면 과장 부장도 달고 할 나이에,

 

나는 별안간 무술을 배우겠다고 우기면서 아픈 허리를 잡고 어머니를 걱정시켰다.

 

친한 언니에게도 스트레스를 풀 최고의 운동을 찾았다며 재잘거렸다.

 

피가 끓는 이런 운명적인 운동과 체육관, 선생님들을 만났는데,

 

왜 멀쩡하던 허리가 갑자기 아프고 난리인지 내 신세가 서럽고 내 몸뚱아리가 야속하다고 했다.

 

운동하면서 힘 쓰느라 구겨진 얼굴이 창피한지도 모르고 남들 눈치 전혀 안보면서 열심히 했는데,

 

정말 속상하다고 했다.

 

가만히 듣고 있다 건강 보다 중요한 게 대체 무어냐는 언니의 말에 머리가 번쩍했다.

 

남들 시집,장가, 승진 이런 거 할 나이에 나는 포기하는 법을 못배웠구나.

 

정말 철이 없었던 건, 남들 그럴 때 내가 무술을 배운다는 사실이 아니라 

 

내 결정에 오류가 있다면 그것을 인정하고 털고 일어나는 것을 못 한다는 것 이었다.

 

나는 자기연민에 빠져서

 

"왜 나는 내 맘대로 되는 일이 하나도 없고, 맨날 희생만 하고 살다가 언제 내 인생 사냐"

 

"내 평생 용기내어 운동을 시작했고 운명적인 종목을 만났는데, 나는 왜 또 포기해야만 하냐"

 

그렇게 어딘가인지 누군가인지를 향해서 또 투덜투덜 투정을 부리고 있었다.

 

그래 그 '나잇값'이라는 것.

 

사회가 정해놓은 그런 어떤 것들을 하고있는 상태가 아니라,

 

좋다고 다 할 수 있는 게 아니고, 싫다고 피할 수 만은 없다는 게 인생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줄 아는 게 그게 나잇값 아닌가 .

 

뒤늦게 그런 생각을 했다.

 

지난 3일동안 무에타이라는 운동이

 

나에게 커다랗고 긍정적인 울림과 자극을 주어서 이걸 놓을 수가 없었다.

 

어쨌든 결정은 내렸지만 솔직히 죽을 맛이다.

 

관장님께서 불안한 눈빛으로 내 허리가 심각한 것 같다는 주의가 맞아 떨어져서 괴롭다.

 

그새 나 혼자 정들어버린 근육맨관장님과 순두부선생님...

 

제가 다시 운동할 수 있을 시기에, 그 때 또 무에타이가 하고 싶다면,

 

꼭 그 체육관을 갈게요...

 

아 나는 어떤 형태든 '이별'이 정말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