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오늘은 나 포함 수강생이 5명
내가 허리를 또 짚으면서 들어오니 관장님이 유심히 보신다.
스트레칭이 시작되서 바로 들어갔다.
바닥에 엎드려 양 손바닥으로 바닥을 밀듯이 상체를 들어올린다.
고개를 뒤로 젖혀 하늘을 보는데 허리가 아팠다.
내가 제일 힘들어하는 자세다.
모두 달릴때 나는 또 걸었다.
오늘은 불꽃 카리스마 여자코치님이 계셨다.
코치가 아니고 수강생이라고 하셨지만 편의상 내게는 여자코치님.
오늘은 순두부 선생님이 킥을 알려주셨다.
또 허리가 찌릿찌릿하다.
집에 있을 때 침대에서 엎드린자세를 많이 했더니 이 사단이 났다.
관장님이 걸어오신다.
이제는 조금 친해져서 말씀을 편하게 하신다.
“너 이정도면 병원 가봐야 하는거 같은데?”
“아...”
“보통 이정도로 그렇게 허리가 계속 아프면 MRI 찍어봐야ㅜ될거 같애, 운동 처음하는걸 떠나서 허리 통증이 이렇게 계속 되면 좀 심각한거야, 네가 자세가 안좋고 허리가 삐뚤어졌다고 했지만 내가 어제 잡아봤을 때 틀어져있지 않았어, 너 지금 좀 심각한데...”
“근데 집에 가면 괜찮아요”
“하지만 지금 상태가 좀 안좋은거 같은데”
“디스크가 있고 그런건 아니에요”
“병원에서 그랬니? 최근에 언제 가봤어?”
“한 2년전...”
사실 거짓말이다.
집에 가라고 할까봐 자전거타고 넘어져서 손목때문에 갔던 일을 얘기한 것이었다.
관장님도 순두부 선생님도 표정이 심각하다.
하...
마스크를 써도 그런건 왜 그렇게 잘 느껴지지.
내가 어떻게 온 체육관인데.
어제만해도 피가 끓었다고.
얼마나 고민하고 온 운동인데.
난 왜 운동 하나도 쉽지가 않을까.
몸뚱아리 하나 건사하지 못하고 살았구나.
동생 말 듣고 수영을 할 걸 그랬나.
미치겠다.
지금 이상태로는 운동 못할 것 같으니 집에 가라는 소린가.
왜 다들 심각한 표정으로 아무말도 없이 보고만 있는것인가.
여자코치님도 힐끗 힐끗 보시는 것 같다.
창피하다.
어떡하라는 거지.
물리치료는 해줄 수 없으니 가라는건가.
스트레칭만 가르쳐 주는 운동은 안해주신다는 건가.
날 포기하신 건가.
“제가 못할정도가 되면 병원 갈 의향은 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심각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계속 변명같은 자기변호를 했다.
내가 이게 이럴일인가.
내가 내 몸상태를 잘 모른 채 무리하다가 다치면 사실 내 잘못이고 내책임인데 그런 부담을 이 체육관에 주고 싶진 않다.
그냥 관둔다고 할까.
이 순간을 견딜 수가 없다.
공황장애가 또 오는 것 같다.
운동을 해서 심장이 벌렁대는건지 공황이 온건지 모르겠다.
어지럽다.
“일단 스트레칭 슬슬 해보고 동작 조금씩 해보자, 매트 가지고와”
순두부 선생님이 가지러 가려는걸 후다닥 내가 먼저 선수치고 가져왔다.
뭐라도 열심히 하는 모습을 괜히서 보여주고 싶었다.
순두부 선생님은 이것저것 허리에 무리가 가지 않는 스트레칭을 알려주셨다.
내가 자주하는 고양이 자세도 알려주셨다.

그림실력만큼 내 허리도 동작도 엉망이군.
그래도 잊으면 안되니까.
처절하군.
‘피지컬갤러리’라는 유튜브 채널에서 만든 어플이 있다며
허리에 좋은 운동을 알려주는 영상을 참고하라고 순두부 선생님이 알려주셨다.
(다정하지마. 나 지금 관장님 심각한 표정에 거절당한것 같은 기분이라 눈물날 것 같아. 내몸을 돌보지 않은 나 자신에게도 화가나고 안아프고 싶은데 아프니까 괴롭다.)
“이거 괜히 따라했다가 저 허리 더 안좋아질까봐 무서워요. 그냥 병원을 조만간 가보든지 운동을 좀 더 해보든지... 관장님이 저 집에 가라는 말씀이셨던건 아니죠?”
“제가 보기에도 그렇고 관장님 보시기에도 그렇고 병원 가실 정도는 아닌 것 같은데 아주 기초동작하는데 허리 아프다고 하신 분이 처음이라 저희가 또 의사나 의료쪽 전문가가 아니다 보니 걱정되서 그러신거죠. 그런데 허리가 많이 아프시면 한번 가보셔야 될 것 같아요.”
“전 왜 몸뚱아리도 쉬운게 하나도 없죠...”
“.... 일단 천천히 킥이랑 원투 동작 해보죠.”
무에타이는 발차기도 종류가 많다고 한다.
여자코치님이 옆에서 발차기 하는 소리가 들린다.
난 언제 저렇게 할 수 있을까.
아니 나 삼개월동안 나올 수나 있을까?
“자 왼쪽다리가 앞으로 나오고 ....”
[오늘 배운 킥 동작]
왼쪽다리 앞으로 오른쪽 다리 뒤로 하는 기본자세.
거기서 오른쪽 무릎을 세우면서 발목은 일직선.
그리고 오른팔 살짝 아래로. 왼쪽 팔은 고정이다.
그리고 다시 다리를 내리며 돌아올 땐 오른발이 뒤로.
반대로 왼쪽 다리로 킥 할 땐 오른발 앞으로.
왼쪽 다리도 똑같이 무릎세우고 발목 일직선 킥 하면서 왼쪽 팔 살짝 내린다. 이때도 오른팔은 고정.
그리고 왼발을 내릴땐 뒤가 아니라 앞으로.
이걸 원투와 킥을 같이 한 다음 또 스트레칭을 했다.
관장님이 오셔서 매트에 누워 죽상을 하며 스트레칭 하는 내 자세를 잡아주셨다.
시작할때 그리고 연습 잠깐 끊을때 주먹을 합장하고 이마에 붙여서 고개를 살짝 내리며 인사도 하던데 그건 태권도 처럼 예의로 하는 것 같다.
이건 안가르쳐 주셨고 눈치로 배웠다.
킥 동작 하나도 바로 습득하지 못하고 인사법도 모르고 원투도 까먹고 헷갈리고 허리는 잊을만 하면 ‘찡’하면서 아프다.
나 진짜 이거 계속 할 수 있을까.
이렇게 또 늘 그렇듯 긴 고민끝에 내린 결정을 후회하고 포기 할 것인가?
체육관에 민폐덩어리, 천덕꾸러기 그런 건 싫은데.
수업이 다 끝나고 관장님이 월요일은 좀 힘들거라고 하셨다.
난 그 앞에서 징징댔다.
“저 허리 이래서 다닐 수 있을까요? 병원 갔다와요? 어제 배운 동작도 다 까먹고 잘 못했는데... 저 운동신경도 없고...혹시 그래서 저 벌써 포기하신거 아니시죠? 저 큰맘먹고 나오는건데 포기하시면 안되요.”
진짜 울것 같았다.
타인이 나를 포기하는 것 같은 표정을 보는 건 늘 가슴이 압박되는 괴로움이다.
나의 어린 시절과 내 20대에는 인간관계에 사연이 좀 있다.
어릴때나 성인이 되어서나 나는 분리불안을 가지고 있다.
그걸 잘 아는 한 사람. 내 불안증을 항상 없애주시기 위해 사랑으로 가득찬 나의 어머니는 오늘 아침에도 나에게 이런 문자를 보내셨다.

어머니가 계셔서 그나마 버틸 수 있다.
관장님께서 부디 생각해보자고 하시거나 힘들 것 같다고 하지 않고 조금이라도 희망적인 말씀을 해주시길 기대했다.
“그래 너 큰맘먹고 왔는데, 일단 허리는 좀 걱정되는 부분이니 한두달 약하게 천천히 해보자. 운동신경은 보통 태어날때 가지고 태어나는 것도 있다.”
“네”
돌아서서 집으로 가려는데 괜히 관장님 표정을 살피고 눈치를 보면서 인사를 꾸벅 하고 나왔다.
허리가 안좋으면 병원을 가야지 왜 관장님한테 판결을 기대했나.
그냥 이 운동이 계속 하고 싶은 욕심에 애같이 굴어버렸다.
뭐지.
“저 할수 있어요!”
어디 영화에서 “너 이 몸으론 운동하면 안돼” 이런말을 하는 코치와 선수의 대화 그런건가.
난 고작 3일차인데.
일단 선수는 아니지만 운동을 계속 하고 싶은 욕구는 같은 듯.
하지만 거절당했을때 선수가 느끼는 그것과 나는 다르다.
실망이나 절망이 아니라 사람에게서 받는 상처로 입력된다.
사회에 적당히 버무려져 살아가야만 하는데 운동은 좀 다를 줄 알았는데 난 여기서도 감정과 생각을 앞세운다.
그래 난 멀었나보다.
아직 덜 컸다.
일단 허리부터 진단을 받고 치료가 필요하면 치료를 받자.
순서가 어려울 게 없다.
월요일엔 조금 더 씩씩하게 가야지.
감정과 생각은 집안 냉장고에 넣어두고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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